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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으로 살아가기/초보 도시농부 도전기

도시 농부 Prologue

by 별언컨데 2023.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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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도시 직장인으로 원룸, 투룸을 전전할 때도 작은 내 공간에 더 작은 무언가를 심었다. 처음에는 한줄짜리 작은 화분에 상추와 깻잎을 심고, 그 다음엔 애플민트 화분키우기, 그러다 몇 년 뒤엔 구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까지. 여러 차례 크고(글쓴이 기준에) 작은 농사 시도를 해보며 이제 뭔가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 도시에서 더 도시로 출근하며, 나와 같은 직장인들로 빽빽한 지하철, 버스 안에서 살아있지만 생기는 없었다. 일 끝나고 동료,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며 잠시 신나게 놀다가도, 이내 아무도 없는 내 공간으로 돌아오면 다시 몇 시간 뒤면 몇 시간 전과 똑같은 출근길을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했다. 회사 사무실에서도 정신없이 회의에 자료 만들기에 일을 하다가 잠깐씩 여유가 날 때면 계속 산으로 들로 떠나고만 싶어졌다.

 그러면서 시작해본 것이 주말농장이었고, 집에서 차로 거의 한시간씩 걸리는 거리를 왔다갔다 할 때도 뭔가 밭에 다녀온 날은 뿌듯하고 정말 일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무런 목적 없이 키보드를 두들길 때와는 차원이다른 뿌듯함이었다. 그리고 내가 키운 작물들로 반찬을 해서 밥을 먹고, 무서울 정도로 자라대는 상추와 깻잎, 케일을 수확해와 회사 동료들에게 나누어 줄 때의 그 기쁨은 그들의 일을 도와주고  감사인사를 받을 때 감정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버티며 사는 사이에 코로나 기간 동안은 나처럼 도시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던 사람들에게는 더 답답한 시간이었다. 그나마 주말마다 도시 아닌 어딘가로 떠나는 낙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 안에 강제로 갇히며,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도시 속 자연 탈출구를 열심히 만들어 냈다. 플랜테리어(Planterior)가 유행하고, 홈 플랜팅(home-planting), 홈파밍(home farming) 등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도시 농사 도구와 방법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반골기질이 있는 글쓴이는 또 먼가 사람들이 하기 시작하고 유행하는 것에는 관심이 뚝 떨어진다. 오히려 사람들이 여행을 못다니는 시기가 여행 적기다 라고 생각해서 평소에 사람들로 들끓던 곳으로 찾아다녀보니 한적하고 좋은 여행지들이 많더라. 그래서 오히려 글쓴이는 코로나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을 끊이지 않고 다니느라 식물 키우기, 농사는 뒷전이었다. 대신 그동안 안가봤던 새로운 동네, 숲, 시골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에 대해 조금씩 구체화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면 나는 어떤 사람이니까 나중에 어떤 마을에 살고 싶다, 집은 어떻게 짓고 싶고, 그 안에서 어떤 활동들로 시간을 채우고 싶다라는 생각과 기대들로 하루하루가 풍성해졌다. 

 내가 앞으로 살고 싶은 삶에는 항상 내 땅과 식물들, 동물들 그리고 가족이 있다. 그리고 그 삶을 지금 부터 조금씩 준비해나가기 위해 아파트에서 부터 미래 농부로서 연습을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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